딱지치기
권애숙
아비의 영정 앞에서
여덟 살짜리 상제는 딱지치기를 한다
네 귀가 엉성하게 접힌 딱지의 모서리마다
반쯤 남아있는 그림과 글자들이
잘못 맞춰진 퍼즐처럼 어긋나 있다.
딱, 딱, 타닥,
그래, 그렇게 넘기는 거다 짜아식!
뒤집혀지는 삶의 소리란 얼마나 명쾌하냐
철커덕 넘겨지는 딱지를 영정 속의 젊은 아비는
갈아엎은 논바닥의 굽굽한 검은 흙처럼
웃는 듯, 우는 듯, 내려다보고 있다
달그락거리는 숟가락 소리 뒤로
들리는 듯 사라지는 조용히 신발 끄는 소리
헝클어진 발자국들 따라나서며
사그러지다 다시 반짝 빛나는 향불
한 마리 나방처럼 웅크리고 잠든
어린 상제의 무명 두루마기 앞섶에는
하루 종일 뒤집히던 시간들이 얼룩덜룩 모여 앉아
부스럭부스럭 떨어져나간 귀를 맞추고 있다.
<게릴라>2001.겨울호
대전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로 숨진 근로자의 상주가
초등학생이라는 먹먹한 뉴스를 보고
제 지인 권애숙 시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삼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