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姮娥)의 노래2
-원장현의 대금을 들으며
스러져가는 초집 사립문 나선 날이
정월대보름이었어요
흰쌀밥 새벽 상 차린 어머니는
싫다는 내게 별스럽게도
이것저것 먹이려했어요
치맛자락으로 눈을 닦으시는
어머니는 정주간에서
티가 날아들었다고 했어요
낯선 사람 손에 이끌려 가는 나를
따라 동구 밖 나선 어머니는
자꾸 눈을 닦았어요
서걱대는 억새꽃 울음소리에
뒤돌아보았더니 어머니는 정자나무 아래
두 다리 뻗고 앉아
그때가지 눈을 닦고 있었어요
높다란 기와지붕위에 걸린 달
올려다보는 지금 나도
그날 어머니처럼 눈을 닦아요
토방 무명이불에 밴 어머니 살 냄새
떠나온 날이 정월대보름이었어요.
*항아 [姮娥] <명사> ①상아.
②‘상궁이 되기 전의 어린궁녀’를 존경하는 뜻으로 일컫던 궁중말.




정월 보름에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유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