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작가님의 멋진 시와 음악, 잘 감상했습니다. 20년도 훨씬 전, 시조를 흉내 내어 끄적인 제 글은 근처에도 못 갑니다만 그때 그 감성을 댓글로 올려봅니다.
어느 봄날 / 섬집아이
반공일 청소당번 배 시간 늦을까봐 숨 닿도록 내달아서 객선에 올라서자 울리는 뱃고동 소리 접어드는 고향 길
온몸은 해풍으로 싫도록 멱을 감고 물보라 무지개 속 고기 떼 지나가면 미륵산 그림자 위로 흩어지는 복사꽃
매화꽃 대나무 잎 발자국 난 마루 위로 파리 떼 나는 소리 실꾸리로 어울릴 때 산 꿩이 목 길게 뽑고 날개 치며 울었지
떠나온 고향 섬이 아프도록 그리움은 내 나이 오십 고개 눈앞에 두어선가 마음은 연곡(煙谷) 하늘을 풍선으로 날고 있다.
*미륵산: 통영시 서쪽에 자리한 산, ‘용화산’으로도 불림. *연곡(煙谷): 地名, 경남 통영군 산양읍에 속한 섬마을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
<짧은 노래 긴 이야기 - 봄날에 그리는 고향>
토요일 오후, 내가 다니던 중학교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가방 챙겨 들고 뱃머리로 달려가 연안 여객선을 탑니다. 복사꽃 날리는 조용한 봄 바다, 나는 뱃전에서 한 시간 남짓 고향집을 그리며 익숙한 다도해 풍광에 취합니다. 그리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맘껏 들이킵니다.
통영(충무)항을 출발한 객선이 척포-새섬-딱섬 지나 드디어 고향 섬에 닿습니다. 사람들 모두 논밭에 일 나가고, 선창에서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은 마냥 조용하기만 합니다. 사립문 들어서면 암탉이 갸웃한 머리로 마당을 어슬렁거리고, 양지쪽에는 고양이가 실눈을 뜬 채 졸고 있습니다. 마루 위에는 닭과 고양이가 그려놓은 대나무 매화꽃 그림이 어지럽고, 너무 조용하여 파리 떼 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그 때, 집 뒤 보리밭 어디쯤에서 산 꿩 우는소리가 쩌렁쩌렁 봄 하늘을 가르고 지나갑니다.
지게에다 바지게 차리고서 할아버지 할머니 계실만한 밭으로 향하는 길, 나는 무르익은 봄 그 한가운데서 온 세상이 생명 기운에 흠뻑 취해 있음을 넋 나간 듯 바라봅니다. 그 때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사랑스러웠습니다. 아, 세월 강 수십 해 거슬러 올라가 그 해묵은 감상을 어찌 글로 다 적을 수 있을지…
해마다 이때쯤이면 나는 고향생각에 몸살을 앓습니다. 그래서 서투른 사향가 한 가락 읊으며 이렇게 향수를 달래보는 것입니다.
유시인님의 시를 읽으니 내 고향의 산천이듯, 마을이듯 눈에 선하게 아롱아롱 떠오릅니다. 그 시절이 그리워,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그 시절이 그리워 눈물이 납니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의 표현이 잘쓰고 못쓰고가 있겠습니까? 시 참 좋습니다, 고향의 냄새까지도 풍겨오는 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유시인님.^^
20년도 훨씬 전, 시조를 흉내 내어 끄적인 제 글은
근처에도 못 갑니다만 그때 그 감성을 댓글로 올려봅니다.
어느 봄날 / 섬집아이
반공일 청소당번 배 시간 늦을까봐
숨 닿도록 내달아서 객선에 올라서자
울리는 뱃고동 소리 접어드는 고향 길
온몸은 해풍으로 싫도록 멱을 감고
물보라 무지개 속 고기 떼 지나가면
미륵산 그림자 위로 흩어지는 복사꽃
매화꽃 대나무 잎 발자국 난 마루 위로
파리 떼 나는 소리 실꾸리로 어울릴 때
산 꿩이 목 길게 뽑고 날개 치며 울었지
떠나온 고향 섬이 아프도록 그리움은
내 나이 오십 고개 눈앞에 두어선가
마음은 연곡(煙谷) 하늘을 풍선으로 날고 있다.
*미륵산: 통영시 서쪽에 자리한 산, ‘용화산’으로도 불림.
*연곡(煙谷): 地名, 경남 통영군 산양읍에 속한 섬마을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
<짧은 노래 긴 이야기 - 봄날에 그리는 고향>
토요일 오후, 내가 다니던 중학교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가방 챙겨 들고 뱃머리로 달려가 연안 여객선을 탑니다.
복사꽃 날리는 조용한 봄 바다, 나는 뱃전에서 한 시간 남짓
고향집을 그리며 익숙한 다도해 풍광에 취합니다.
그리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맘껏 들이킵니다.
통영(충무)항을 출발한 객선이 척포-새섬-딱섬 지나
드디어 고향 섬에 닿습니다.
사람들 모두 논밭에 일 나가고, 선창에서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은 마냥 조용하기만 합니다.
사립문 들어서면 암탉이 갸웃한 머리로 마당을 어슬렁거리고,
양지쪽에는 고양이가 실눈을 뜬 채 졸고 있습니다.
마루 위에는 닭과 고양이가 그려놓은 대나무 매화꽃 그림이 어지럽고,
너무 조용하여 파리 떼 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그 때, 집 뒤 보리밭 어디쯤에서 산 꿩 우는소리가 쩌렁쩌렁
봄 하늘을 가르고 지나갑니다.
지게에다 바지게 차리고서
할아버지 할머니 계실만한 밭으로 향하는 길,
나는 무르익은 봄 그 한가운데서
온 세상이 생명 기운에 흠뻑 취해 있음을 넋 나간 듯 바라봅니다.
그 때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사랑스러웠습니다.
아, 세월 강 수십 해 거슬러 올라가 그 해묵은 감상을
어찌 글로 다 적을 수 있을지…
해마다 이때쯤이면 나는
고향생각에 몸살을 앓습니다.
그래서 서투른 사향가 한 가락 읊으며
이렇게 향수를 달래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