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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가 눈앞에 보이는데

by nami posted Oct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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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가 눈앞에 보이는데

자꾸 산 아래를 돌아본다.

돌아서 걸어온 길을 바라본다.

여기까지 왔다고

내 가냘픈 몸을 다독인다.

 

살아갈 길보다 살아온 길이 멀어

아득히 더 멀어도

눈물 아롱아롱 얼룩진 길이

환히 보인다.

좁은 가슴에 서러운 마음만 가득하다.

 

그래도 용기는 내야지...

 

[꾸미기]20251030_110823.jpg

** 제목 옆 QR코드로 음악을 듣는 오디오 북

 

겨울 나그네의 전곡 중에서 가장 밝고 쾌활한 노래다.

젊은이가 이전의 노래에서 추운 겨울의 눈보라 속을 걸으면서 행복하다거나 그 고통을 즐긴다는 직접적인 암시를 한 적이 없다.

그는 어떤 심환 변화를 겪었을까?

젊은이는 이제까지의 탄식이나 슬픔에 젖는 일은 어리석은 것이었음을 선언한다.

그의 머리에 쌓이는 눈이나 소리를 저항 없이 받아들였었다.

그것 역시 거의 마지막 정착지인 안식처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심장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

명랑하게 세상 밖으로 나와 바람과 폭풍에 저항하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하지 말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라는 자신 내면의 명령이다.

그리고 자신이 신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노래는 슈베르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슈베르트는 1822년 친구들과 함께 유곽에 갔다가 한 매춘부로부터 매독에 감염된 후 그는 병원 치료를 받으며 절망과 희망, 그리고 체념의 삶을 반복한다.

그러나 슈베르트가 1827년 베토벤이 죽기 직전 베토벤을 만났을 때 그의 칭찬 한 마디는 슈베르트의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18281119일 그가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1년간은 슈베르트의 삶뿐만 아니라 서양 클래식 역사에 있어 중요한 한 획을 그은 해였다.

그의 대다수의 걸작들이 이 시기에 탄생한 것이다.

겨울 나그네2부 제 22'용기'를 작곡할 무렵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음악을 자신이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대단한 꿈과 용기에 부풀어 있었을 것이다.

 

가엾은 젊은이가 남은 힘을 마지막으로 다하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의지에 맞게 강하고 힘찬 결의가 느껴지는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통절 형식의 곡이다.

 

-배홍배 산문집 『LP로 쓴 겨울나그네 편지』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