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일도 모르는 것들이.."
귓속을 찌르는 한 마디에 나는
말리는 친구의 손을 뿌리치고
가게 안으로 뛰어들었다.
90년 대 초 용산 전자상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돈이 없어 맨날 눈팅만 하고 나가는
친구와 나의 뒷통수를 향해
가게의 점원이 내쏘는 말이었다.
그와 한 참을 싸우고
가게 주인의 사과가 있었지만
나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서초동에서 가게를 열고있는
그 점원과는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그 일로 깨달은 게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음반과 오디오 둘 다
마니아였지만 음반으로 더 기울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음반을 모으던 중
어느날 FM에서 나오는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연주가 귀에 꽂혔다.
부시 4중주단의 연주였다.
그 길로 명동 레코드점으로 갔다.
2층의 클래식 음반들 속에 보였다.
의자를 딛고 그 음반을 빼는 순간
"그거 비쌉니다.."
안락의자에 앉아 졸고 있던
배가 불룩한 중년의 주인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흘낏 보며
내게 나지막이 하는 말이었다.
호주머니엔 몇 만원 있었다.
당시 국내 음반은 2천원 대,
수입음반은 1~2만원 선이었지만
내가 고른 음반은 20만원이었다.
그가 비싸다고 말하지 않아도
못 살 형편이이었지만
그의 말이 매우 불쾌했다.
나의 지갑 속에 얼마가 있는지
알 도리가 없는 그는 내 행색으로
구입능력을 평가하고
귀찮으니 다시 음반을 제자리에
넣으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시 연주가 가장
비쌌고 다음이 알반베르그 연주였다.
그의 한 마디 말에 내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를 알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놀라움으로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더 놀라운 일이었다.
*제 2악장을 조금 짧게 편집함.
*시-마티아스 클라디우스, 번역-nami배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