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에 대한 집착과 이 한장의 LP음반-3

by nami posted May 30,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라는 말은

학창 시절부터 수 없이 들어왔다.

들을 음악은 수 없이 많은데

들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내가 수 백년을 산다면 지금도 

오디오 기기에 연연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모은 수 천 장의 음반들을

요즘 한 장 한장 다시 듣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오늘의 나의 에너지는 추억의 힘이다.

 

그런데 여기 턴테이블/LP동호회 방도

거의 기기 이야기 뿐이다.

좋은 소리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한 번 벗어나기만 하면

음악의 광활한 대해가 펼쳐저 있다.

좁은 해안에서 초호화 여객선을 타고,

혹은 고가의 요트를 타고 

물의 빛갈이 어떻느니, 승선감이 어떠니

논하지만 음악의 대양에 나가보면

배의 성능 같은 것은 의미가 없다.

그곳에선 넘실거리는 음악의 파도에 

황홀한 멀미를 할 뿐이다.

 

요즘 MC 카트리지 이야기로 방이 뜨겁다.

특수한 트랜스를 사용하여 자작하지 않는 한

시중에서 필요한 트랜스를 고르기는 쉽다.

동시대, 동 가격대는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판매된다.

그리고 요즘의 포노앰프는 가변 저항 혹은

딥 스위치로 맞추어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수백 만원 이상 가는 고가의 MC 카트리지는

특별한 트랜스나 포노앰프를 필요로 하는

것도 있지만, 일반 애호가들의 상용 

카트리지들은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데논이나 오디오테크니카의 MC 카트리지들은

동사에서 나온 승압 트랜스들과 대부분 맞는다.

그리고 뻥이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오디오 테크니카의 MC카트리지들의 제원을

보면 유럽의 초 고가 MC들과 맞먹는다.

 

MC 하면 오토폰이 명문가다.

신제품도 가장 많고, 중고도 많고 저렴하다.

성능은 말할 것 없고, 특수 저출력 카트리지가

아니라면 오토폰 자사의 저렴한 트랜스 T20,

T20mk2, T30 등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90만원 정도 가는 T2000이면 최고급 음질이다.

특별한 용도로 제작된 트랜스를 기기에서

떼어내 자작을 하면 비용도 만만치 않고

경험 상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아무리 비싼 기기, 아무리 값싼 기기도 계속

들으면 처음 느낌은 사라지고 음악만 남는다.

10년 전부터 취향이 현대음악으로 넘어왔다.

베토벤 모차르트 등 기존의 음악들은 선율이

익숙해져 식상하다.

그러나 현대 음악은 조성과 선율은 없고 

음향만 있어 음악에 굴복되지 않는다.

음악과 내가 객관적인 객체가 되어 음악이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즉, 기존의 음악은 들으며 글을 쓸 수가 없다.

선율이 사람의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음악은 사색이나 사고 과정에

끼어들지 않는다.

 

서울 모 음반사에 갔더니 겉지 속지도 없이

굴러다니는 한 음반이 보였다.

미국 현대음악가 도널드 어브 음반이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현대음악은

팔리지 않아 음반이 귀한데 굴러다니다니..

공짜로 얻어와 예쁘고 튼튼한 옷을 입혔다.

 

*도날드 어브 - 트롬본 협주곡 제 3악장

스튜아트 뎀스터 트롬본, 루이스 레인 지휘

루이스빌라 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