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지 이야기를 쓰다보니 이건 참 좋았는데.....라는 기억에 남는 카트리지가 하나도 없다는게 좀 거시기 하기는 합니다
돈 없던 대학시절에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로 주로 음악을 들었던지라
제 오디오를 장만하고나서야 본격적으로 LP를 듣게되었는데 신입사원 시절 야근비(현금으로 당일 주던 시절이었음~^^) 받아서 듣고 싶었던 음악 LP
사는 재미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그 즈음 생긴 악습 하나가 음악 듣다가 잠이 드는것이었습니다
아침에 깨어 보면 틱틱거리면서 턴테이블은 돌아가고 있고......
이런 일을 거듭하다보니 카트리지가 견디질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닳아서 못쓰는게 아니고 얼마쯤 그런 상태를 반복하다보면 바늘이 휘어져 있는겁니다
찝찝한 마음에....맨정신에는 못하고
술만 취하면 캔틸레버 바로잡는다고 핀셋으로 건드리다 부러트려 먹는 일이 새로 사는 카트리지마다 반복 되었는디
그 두번째 악습은 지금까지 이어져 술만 취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샘솟는지 멀쩡히 휘지도 않은 캔티레버를 공연히 건드려 보는것이었습니다
작년엔가도 잘 쓰던 카트리지를 공연히 건드려 가지고
술김에 힘 조절이 안되어 캔틸레버를 핀셋으로 찝다가 찌그러트리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그런 지경이니 셀수도 없이 많은 카트리지가 제 손을 거쳐갔고 그걸 감당하자니 자연스레 싸구려 카트리지만 사게 되었던 거죠
그런 일을 반복하던 중이었는데 회사 선배 한분이 제게 카트리지 자랑을 하는것이었어요
80년대 중후반? 쯤이었을텐데 미국 출장을 다녀 오면서 슈어 V15-TYPE 3 카트리지를 사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며칠 후 그 카트리지는 제 소유가 되었습니다
본인은 MC를 쓰기로 했다면서 제게 양도했기 때문입니다
해적선 선장이 탐낼만한 보물상자처럼 조각이 새겨진 케이스에
예비 바늘까지 포함하여 6만원인가의 댓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의 발걸음은 날아갈듯 가벼웠지만
막상 턴테이블에 장착하고 들어 본 소리마저 날아갈듯 가벼운데에는 실망을 금할길이 없었습니다
소리는 또 왜 모기소리만큼 작은지.....
고민끝에 판매한 당사자에게는 창피해서 못 물어보고
기술파트에 근무하는 다른 오됴쟁이 선배에게 물어보니 출력전압이 어떻고 하면서 알아듣게 설명을 해 주었지만
개 발에 말편자라.......
이해는 했으나 소리에는 적응을 못하고 있던 차 이웃집 꼬맹이가 놀러와서 빈대잡듯 눌러버리는 바람에 그 카트리지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다음 날 꼬맹이 어머니께서 라이센스 LP(모짤트 피협 21번이었음) 한장을 사 들고 왔는데 그 판만은 어딘가 꽂혀있을겁니다~^^
예비 바늘까지 있었는디 어떻게 했는지 그 후에 그 카트리지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얼마전 이웃 사이트 장터에 그 물건이 올라온걸 봤는데 무척 반갑더라고요
그후....지금까지 싸구려 귀에는 싸구려 바늘이 제격이다라고 맘편히 생각하며 잘 살고 있지만
제 마음에 쏙 드는 카트리지 하나쯤은 갖고 싶은게 제 작은 소망이기도 합니다
싸구려 스탠톤 카트리지를 찾아 들었더니 좋았더라 라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데논 DL-103R 카트리지와 비교해 들어 보아도 제 귀에 스탠톤은 그 만의 감흥이 있어 좋았습니다
데논은 참으로 흠잡기 어려운 모범생같은 카트리지라는 생각이지만 왜 나에게는 매력이 결여된 덤덤한 미인같이만 느껴지는지.....
승압 트랜스와의 상성....기타 등등의 요인이 있겠지만
결정적인것은 싸구려 카트리지에 길들여진 제 귀 탓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카트리지에 천만원 쯤 투자하면 생각이 달라질거라구요?
제 오됴 시스템 다 합쳐도 천만원이 안될껄요........................ㅠㅠ
그래도 하나는 성취하셨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저는 이것저것 아무 축에도 못드는 개털 신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