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음악 연주회장을 잘 가지 않았다.
연주회장을 다녀오면
내 방의 오디오에서 통조림 음악이 들렸다.
그러나 요즘 음원은 녹음 기술이 발달하여
집에서도 현장감 넘치는 음악을 들려준다.
그래도 몇 대의 턴테이블을 쓰는 이유는
눈으로 느끼는 만족감과 손에서 전해오는
원시의 신선한 감각이
심장을 뛰게 하기 때문이다.
까맣게 빛나는 소리골에서 긁혀나온
까칠한 엣지가 살아있는 음은
내 감각을 깍아 만든 연필로 현대적
디지털 기기의 선한good 음장 노트에
악인bad man의 선행일기를 쓰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나를 거쳐간 수 많은 턴테이블 중
손맛과 음질과 외양을 다 갖춘 것은
영국 노팅험 사의 스페이스 덱이다.
별도 전원부를 가진 모터는 보기엔 큼직하나
최소한의 토크를 가진 5백원짜리 동전만한
모터가 하우징 내부에 들어있어
손으로 플레터(13kg?)를 돌려 구동한다.
어릴 때 아버지의 석유 발동기 휠을 힘차게
돌려 시동을 걸던 그 손맛이다.
전력 소비량이 5W도 안되는 이 미개한 턴은
외로운 방랑자 같은 나의 삶 속으로 들어와
잠자리에 들기전까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로 내게 속삭이며 함께 걷고 다시 걸었다.
*지금은 동생 집에서 나를 그리워 할
노팅험 스페이스덱 벨트식 턴테이블
가구같은 케이스도 별도로 입혀 주시고 아껴주신 흔적이 눈에 보이네요.
모터 구동능력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토렌스124-2도 전원 넣고 손으로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