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기]1504963685014.jpg](https://enjoyaudio.kr/zbxe/./files/attach/images/335217/882/660/014/e468c6225efc222d9fa1cdb48e73ae98.jpg)
여행에서 치사한 것은 배고픔이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내면의 고요한 풍경 속에
새로운 외부의 유적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꾸미기]IMG_0287.jpg](https://enjoyaudio.kr/zbxe/./files/attach/images/335217/882/660/014/aac7182d7e660216e28132f5e9d0c6d4.jpg)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잃어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빗속에서 저 여인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역이 생기기 전의 들판에 번지는
어둠으로 돌아가서,
이 자라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기억마저
잃어버리길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꾸미기]IMG_0273.jpg](https://enjoyaudio.kr/zbxe/./files/attach/images/335217/882/660/014/f56c577f8f4b0d785c4e036626ee241f.jpg)
한 때 자랑스러운 듯 푸른 명찰을
달고 있던 조그만 간이역과,
여인이 어슴프레 흘리는 그림자는
그림자끼리 피가 통해
여인의 눈은 텅 비어가고,
간이역의 지붕은 고요히 눈물방울을 떨어뜨린다.
![[꾸미기]IMG_0315.jpg](https://enjoyaudio.kr/zbxe/./files/attach/images/335217/882/660/014/d2994598328da9ea43bc3a7d1662b288.jpg)
조그만 간이역의 문을 통해
세상으로 나가던 젊은이들이
등 뒤에서 문이 쾅 닫힐 때
얼마나 그리움에 떨며
뒤 돌아보았는지
저 간이역은 알고 있을 것이다
![[꾸미기]IMG_0294.jpg](https://enjoyaudio.kr/zbxe/./files/attach/images/335217/882/660/014/a478e94edb86f43039db3eb37a0c2f20.jpg)
욕망이란 열차가 혹독한 시련의
망연한 벌판을 지나며
외로운 울음을 울 때,
부질없는 열망의 좁은 계곡을 지나며
우쭐거릴 때도
그들의 어머니는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기도하며
두 다리가 휘어지도록 서서
떠나간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저 간이역을 알 것이다.
![[꾸미기]IMG_0306.jpg](https://enjoyaudio.kr/zbxe/./files/attach/images/335217/882/660/014/f750ebf4bbceb01a4c04112061574057.jpg)
이젠 열차보다 버스나 자동차가 더
많이 건너다니는 철길은
직선을 고집하며
자신에게 소멸의 질서를 선고하는 듯
서러운 붉은 신호등 불빛을 흘린다.
![[꾸미기]IMG_0322.jpg](https://enjoyaudio.kr/zbxe/./files/attach/images/335217/882/660/014/b4570a65c78def20b2553a3558ad4aaf.jpg)
저 기사분들이 확인하는 것은 뭘까?
머지 않아 이설 될 선로의 신경을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따뜻한 체온으로
어루만지는 것일까..
저들이 입고 있는 옷과 신발은
내가 찍는 사진 속에서 또 얼마나
풍화되며 색을 잃어 갈 것인지, 나는
그 긴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 걸까?
![[꾸미기]IMG_0327.jpg](https://enjoyaudio.kr/zbxe/./files/attach/images/335217/882/660/014/bcbe1434e24afa5f9977126e6cc926e9.jpg)
나는 기차 여행을 할 때
앞 칸 보단 맨 뒷칸을 더 좋아한다.
다가오는 풍경보다
사라지는 풍경을 좋아하는 것이다.
내게로 오는 것들은
율법의, 규격화 된 에토스적 풍경이다.
그러나 내게서 멀어지는 것들은
페이소스적인 풍경, 연민의 풍경이다.
* 글 사진 - 배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