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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00:05

弔氷庫文

조회 수 425 추천 수 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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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부터 생각+추진 하던

커피관련 책을 집필.... 까지는 아니고 예전에 써둔 것들 싸잡아 모아

가리고 추려서 책을 하나 낼까하여 

여기 사랑방에 묵혀둔 제 글도 옮기는 작업 중인데 (정말 구차녀~)

요즘처럼 더운계절

시원한 냉장고를 소재로 한 글이 있는데

옮겨 갈 만한 가치는 없는듯 하여

여기다 다시 뿌려봅니다 재 뿌리듯~ ^^

 

거의 15년 전 이야기니 못 본 분들이 태반일테고

설사 읽은적이 있다해도 기억하지 못할터

그냥 새글이라 생각하시고~

그런데

섬집님께서 하루 2개라 하셨으니

옛날꺼 갖다 붙여놔도 1개로 치실랑가?

암튼 붙여넣기.

 

  유세차(維歲次모년(某年모월(某月모일(某日)

운신 어려운 할배가 몇 자 글로써 사랑방에 고하노니

사는 재미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설운 것이 식탐이요,

각별한 음식이나 여염에 귀한 별미 맛보기가 즐거움 중 으뜸이라

그러한 것들 며칠씩 두기에

긴하고 중한 것이 너 氷庫로다.

 

허나 잊고 지내는 것은

어느듯 여염의 주방마다 흔한 것이 되어

멀쩡한 넘 버릴려도 웃돈 얹는 시절이 왔노미라.


會者定離라 하여!
 세상에 만남이 헤어짐과 따로있지 아니하니

氷庫 또한 연한이 차고 壽를 다하면 떠나보낼 物像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情懷가 남과 다름이로라.


嗚呼痛哉라아깝고 불쌍하다.

그대가 온 지 우금 십수년강산이 한번 바뀌고도 여분이 한참이니

어이 인정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픔을 진정하여 너의 行狀과 나의 懷抱를 총총히 적어 永訣하노니
그대를 처음 만난 때가 언제이던고.

가내가 두로 번창일로 일 적 호기롭게 안식구 앞세우고

達句伐  소문난 百貨物産 가전코너

전대차고 뒷짐지고 허리 제치고 연신 헛기침 바틋하며 

호기롭게 들어서서 이리오너라~~

 

삼단같은 머리채 불끈 묶고 앵두입술 야무지게 옥다물고 부복한

어엿브고 나긋나긋한 낭자에게 일갈하기를

 

-여그서 제~~~~~~~~~~~~~ㄹ 크고 존넘으로 대령하거라


낙점 받은 氷庫들 중  너를 특히 어여삐 녀김은 

반짝이는 銀白 조명을 따라 아우라가 특출하고 

나노 무슨 탈취는 필시 신문물의 상징이렷다.

그 緣分이 유독 非常하여

五分亂志 洗濯機  劍俯打 등등을

무수히 바꾸고 부숴뜨렸으되오직 너 하나를 年久히 保全하니,

 

다소 시끄럽고 엎어논 궤짝처럼 거추장한 물건이나

입으로 드는 것들을 온전히 보전하니

어찌 사랑스럽고 迷惑지 아니하리요

 

나의 신세 薄命하여 외환위기에 家産이 탕진되고

식솔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건강마저 백척간두.
내 운이 바람 앞에 촙뿔처럼 되었을 적

널로 더불어 시름하여 

와인에 마티니에 칵테일에 레몬소주까지 
위로와  덕을 본 것이 무릇 幾何로다.

 

너를 보내야 함은 

鬼神의 시기함이요 하늘이 나를 버림이로구나.

아깝다 氷庫여어여쁘다 급냉실이여,

 

야채그릇의 미묘한 품질과 신선실의 특별한 재치를 가졌으니,

物 中의 名物이요, 氣像 또한 우뚝하다.

입을 열면 한 여름에도 궁중에나 맛 보았다는 

혀 얼얼한 얼음을 쏟아내고

무언가 쉬임 없이 웅얼거림은 화를 속으로 속으로 삭이는 鎭重함이며

허옇게 내리는 서리는 만고의 충절을 보는듯 하였구나.


고기와 생선을 얼리고 야채를 보관해도 오래 상치 아니함이여

독야청청한 선비의 결기이며

문을 열면 알아서 불을 켜고 닫으면 스스로 불을 끄니

너의 神奇는 귀신이 돕는 듯 어찌 人力이 미칠 바리요.

 

오호통재라,

여인이 아름다우나 못미칠 때가 많고

오할베 수시로 헛물켜고

양치기 껄떡인다하나 畵中之餠이 심중 팔구인데

그대는 내 손길 닿을 때 마다 원하는 대로 채워주었도다.


사랑방이 아늑하고 즐거우나 심통 노인네들 패악질도 만만찮은데 

한결같이 시원한 물과 곡차를 건네줌은

여인에게 지나고 사랑방에 넘는구나

열가지 찬을 열흘동안 상치않게 지켜주니

안채의 일거리를 반으로 줄였도다

 

밥 먹을 적 잠자기 전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와인잔을 기울이며

生에 百年同居하렸더니,


오호애재라氷庫여.

 

장마철 3년 묵힌 원두막처럼

앞뒤 없이 물이 새고

마른 수건을 받치고 구멍마다 그릇을 놓아도

칸마다 한강이요 바닥까지 질퍽하니

안채의 성화를 감당하기 어려웨라

 

조석으로 물그릇 비우고 걸레를 짜보아도 속절없고 하릴없다.
오할베의 神術로도長生不死 못 하였네.


아깝다 氷庫여

어느날 눈을 뜨니

네 놓였던 자리에 빨간 문 둘셋 달린 빙고 하나 놓였구나

 

버리지 아니하면 얻을 수 없음이여
나 또한 쓸모 없어지면 너의 뒤를 따르겠거니.

  • ?
    섬집ㅇㅇ 2022.07.10 02:04

    조침문을 능가하는 현대판 조빙고문입니다.

    근데 왜 제가 이 글을 알현하지 못했을까요..
    오호 통재라, 이는 필시 내 안력이 부족하여
    눈앞을 가린 유리알 때문이리라..
    (이런 핑계로 어물쩍 넘어갑니다)


    모쪼록 발간한 멋진 책, 사람마다 고루 읽어
    재미나게 먹고 마시며 사는 일에
    크게 일조하게 되길 바랍니다.

  • profile
    신기루 2022.07.10 16:28
    발간~ 아닙니다.
    추진 중 입니다
    아들넘이 칠순문집 출판비를 상납하길래
    어쩔수 없이..^^
    그런데 올해 안에 편집이 될지 의문입니다
    글이란게 남는 것이라 영양가 있는 것들로 고르는게 어렵고
    골라도 일일이 수정하고 바꾸고~~
  • profile
    thflgidrl 2022.07.10 04:39

     

     

  • profile
    신기루 2022.07.10 16:31
    국산품... 꼰대아재 + 옛날사람 푯대를 팍팍~~
    늙어갈수록
    무서운 사람이 될바엔 차라리
    우스운사람이 되라는 쪽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유머는 유익합니다 매우~
  • ?
    김비오 2022.07.11 02:00
    모름지기 글이란 이처럼 써야 맛이지요.
    또한 이것은 나이 들었단 뜻
    손주가 할아버지 할때 감칠맛이 나지요.
    일각이 여삼추라 출판 싸인해 할 때 불러 주시면
    성은이 ? 하리다..
  • profile
    신기루 2022.07.11 22:33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남은 과제는
    좋은 할아버지가 되는 일입니다
    모든 노력을 그쪽으로~~^^
    출판기념회라?? 숙고해 보겠습니다
    염천에 건강하십시요~
  • ?
    달디단수수깡이 2022.07.11 03:19

    내시는 책 베스트셜러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아울러 꼬습고 맛난 커피 내리는 비법도 하사해 주시길 ^^

     

    정든 냉장고의 폐기 이야기를 잼나게 쓰신걸 읽어보니 신길할배는 타고난 이야기꾼이 분명하니

    무슨책(커피관련 에세이를 비롯 역사소설 역사평론 연애소설등등)을 쓰시더라도 대박을 칠게 확실합니다

  • profile
    신기루 2022.07.11 22:37
    감사합니다~
    그러나 맛깔로 치자면 달수님 신들메를 풀 자격이라도 있을지...
    역사에서 찾은 소재로 소설을 시작하려는데
    자료찾아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글로 남겨지는 것이라 하나라도 틀리면 전체적으로 찝찝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profile
    로체 2022.07.11 18:07
    고어체 문장이 특별한 감칠맛이 나는데요? ㅎ
    고시조 한편 낭랑히 읊은 느낌입니다.

    새삼 냉장고고마움도 상기케되구요.
    옛날 어머니들은 얼마나 고충이 크셨을까.
    요즘 같은 때 뭐든 금방 시어터져서
    매끼 새로이 찬거리를 만들어내야하고 세끼 불때서 밥을 지어야하고...

    그런 냉장고가 몇대나 있고
    싫다소리도 없이 세경 달라소리도 없이 언제든 열심히 힘든 빨래를 해대는
    튼튼한 세탁기머슴까지 있는 나는 부자입니다 ~~^^
  • profile
    신기루 2022.07.11 22:44

    실용 초창기에 몇 할배들 끼리
    이런류를 많ㅇ 주고받았는데
    의외로 좋아들 하시넹~~^^

    옛날 어머니들의 고생은... 거의 고난이라고 봐야~
    새벽부터 불지펴 밥하고 ...
    여름에는 음식을 두레박에 담아 우물에 담가두고

    70년대에 냉장고 80년대에 비로소 세탁기가 ...우리집엔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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