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오를 운영하면서 '기계식 기기는 수리가 가능하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생겼다.
수리비가 신품 가격보다 더 들수 있지만, 사용자가 원한다면 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방이나 가죽지갑의 경우도, 사용자의 애착때문에, 낡은 제품에 비용을 지불하며, 수리하는 경우를 보았다.
Edwin Jagger 금형의 면도기를 오랫동안 써 왔는데, 스크루가 헛돌아 , 아래 받침판을 거꾸로 끼워 쓰기도 하고
편법을 이용하여 사용해오다가, 마침내 완전히 스크루가 헛도는 상태까지 오게 되었다.
오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세운상가 건너편 여러 공작소에 해결책을 문의해 보았으나, 이 문제를
맡으려는 사람은 없고, 문전박대를 당하였다. 알곤용접을 해 보라는 제의를 하신 분도 있고해서, 알곤용접소에
문의해 보니, 금형상태가 알곤용접 작업불능이라고 용접소에서 판정했다.
한 사람의 선한 사마리아인을 찾기 위해, 여러업체를 전전하다가 작은 골목안의 선반 밀링 공작소에 둘렀다.
사장님이 혼자 계시다가, 사용자의 불편을 말씀 드렸더니, 묵묵히 끝까지 들으셨다. 면도기의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 보시더니, 용접은 불가하고, 스크루(male)를 맞는 것으로 대체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개의 낡은 스크루를 무심히 맞추어 보시더니, 맞는 것 한 개를 찾아내셨다.
문제는 기존에 있는 스크루를 구멍을 뚫어 정밀하게 뽑는 작업인데, 이 작업을 하다가 실수를 하면 면도기
전체덮개가 파손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작업의 위험부담에 대해서는 일체 면책을 드리기로 하고 ,작업을 의뢰하였다.
정밀하게 자를 재어 뚫을 구멍을 표시하고, 테프링/밀링머쉰을 사용하여 구멍을 뚫었으나,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 몇 개의
차이만큼 빗나가고 말았다. 면도칼(Razor)을 삽입해 보니, 정중앙에 스크루가 위치하지 않아 '삽입'자체가 되지 않는다.
사장님이 한 숨을 쉬고있을 때 , 불현듯 아마추어 보조인인 사용자가 새로운 제안을 한다.
" 이왕 이렇게 된 것, 조금 더 구멍을 넓혀, 중앙으로 머리카락만큼 더 뚫으면 어떨까요?"
다시 밀링머쉰에서 아주 작은 구멍을 측면에 뚫었다.
그리고 새 스크루를 붙들고 면도날을 넣으니, 안성맞춤으로 맞았다.
면도기 하나 만드는 것도 엄청나게 정밀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진: 모자를 쓴 새 스크루를 면도기 상부에 설치하였슴)
장시간 수고를 하셔서 가격을 물으니 세상물정을 모르시는지 n원이라고 하신다.
지갑에서 2n을 꺼내어 드렸다.
집안에서 손을 보아야할 면도기나, 기타 작업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신 분은, 세운상가 골목의 '형제선반밀링'을 방문해
보실 것을 권한다. 이 선한 사마리아인은, 여러분의 문제점을 다 들어주시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실 것이 분명하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경험의 글입니다.
이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런 장인분들은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고요..
부르는 수리비의 2배를 지불하신
사슴님의 넉넉한 마음도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