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입맛이 없다
아내가 입맛 올라오는 뭐라도 해주면 좋겠지만 당신이 함 해줘봐
하며 타박하는 터라 언감생심이다
아직 직장생활을 하는데도 이럴진대 퇴직하면 오죽할까 싶어 괜시리
울적하였다.
어젯밤 흠씬 마신 막걸리 때문에 천천히 일어난 일요일아침에 도대체 댕기는게 없는데
아내가 쟁반에 몇가지 반찬을 받쳐들고 왔다.
김 냉국,무생채, 데친 깻잎등이 소박했다.
김 냉국에 밥을 반쯤 말고 깻잎 한젓가락을 집어들던 나는
지난가을 어머니 댁에 가서 해먹었던 깻잎 생각이 떠올랐다.
남쪽 고향은 가을이라지만 아직 햇볕이 짱짱했다.
뵌지 서너달 밖에 안되었는데도 모친은 더욱 노쇠해진 것 같았다.
논수밭에 마늘 몇두둑 심어놓고 풀을 뽑다가 넘어져 허리를 다친 어머니는
그때이후 잘 걷지를 못했다
잠깐 마당을 거닐거나 지팡이를 짚고 동네 한바퀴 마실 도는 것이 전부였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산도라지며 더덕이며 창출등을 캐러
천관산 시앙산과 새비장골을 넘나들었다.
그러던 분이 멀리 다니지 못하고 같혀있으니 지루해하는게 당연했다.
답답해하시는 모친에 바람이라도 쐬어드리려고 천관산 문학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이 고장 출신의 한승원, 이청준작가의 친필원고를 새긴 문학비와 국내 저명한 시인들의 詩碑들이
세워져 있는 문학공원은 깊은 산속이라 그윽했다.
위쪽으로는 오래전 대처승이었던 태모씨가 세운 탑산사가 있는데 스님은 늘 마을에 들러
일년 신수며 사주등을 봐주고 했던터라 어머니에게는 익숙한 절이었다.
시비에 기대어 서 있으니 다도해의 연청색 물결위로 노력도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였다.
“쩌가 노녁도 이지야잉”
“예 어머니”
“그 옆 눈대미가 내 고향인디”
일가붙이 대부분 돌아가시고 얼굴모르는 조카며느리가 사는 동네를 어머니는
친정이라고 늘 그리워 했다.
지난번 선착장에 있는 횟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나이들어보이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천진하게 말을 붙였다.
“여가 내 고향이여 . 저그 대리 국민학교 자리가 우리 친정아부지 살았던
집이여라우. 내가 눈대미 가시내랑게“
선착장에 줄지어 앉아 있던 갈매기 무리가 쿡쿡 웃으며 후다닥 날아올랐다.
주름진 얼굴이 선하게 웃었지만 까닭없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문학공원산책을 마치고 포장된 산길을 천천히 내려왔다.
차창을 내리자 정적속에 뻐꾸기가 무심히 울었다.
뻐꾸기 울음은 시앙산 초입의 넓은 들깨밭 향기를 물고 멀리 퍼져나갔다.
“어머 들깨밭이네 준혁이 아빠 차 좀 세워봐요”
아내는 들뜬 듯 소녀처럼 말했다.
들깻잎은 푸르다못해 검어지거나 노오랗게 물들어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
아내는 연한 깻잎을 몇잎 따왔다.
“뻣뻣한 깻잎을 뭐하려고 그래??”
“당신 깻잎반찬 좋아하자나”
좋아하기는... 먹을게 없으니 할수없이 먹었지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고등학생시절에 광주 용봉동에서 자취를 하던 나는 전남대학교 농대 후문 주변에 널려있는
들깨밭에서 늘 깻잎을 따왔다.
그날도 열심히 깻잎을 따는데 “거기서 뭐하세요 오빠”하는 낯익은 목소리가들려왔다.
자췻방 근처 작은 마트집 딸이 깨꽃처럼 하얗게 웃으며 서 있었다.
나는 연탄불을 살리는 번개탄이나 반찬해먹을 단무지,라면 등속을 사러 늘 마트엘 갔다.
방과후이면 엄마를 도우러 마트에 나와있던 그녀는 상냥했다.
밝은 얼굴에 검은 눈동자가 천진했다.
“깻잎 반찬 할줄아세요?”
여고생 소녀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졸래졸래 따라와 깻잎을 한 장씩 씻고 양념을 얹어
반찬통에 수북히 쌓아놓고 갔다.
2층을 내려가는 철계단에서 통통거리는 그녀의 발자국소리가 가슴속으로 점점이 들어왔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앳된 여고생은 숙녀가 되고 숙녀는 어쩌다가 아내가 되었다.
아내가 능숙한 솜씨로 깻잎을 데처서 먹기좋게 만들어 내오자
어머니도 손가락으로 한 장 한장 집어 맛있게 잡수셨다.
식사를 마친 어머니가 소쿠리 하나를 들고 지팡이를 짚고 마당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한참만에 돌아온 어머니의 소쿠리엔 들깻잎이 가득했다
“아니 그것을 뭐하려고 따왔어요??”
나는 질책을 담아 힐난조로 말했다.
뙤밭까지는 내 걸음으로 십여분 걸리는 산길이라 넘어져 다칠까 걱정이 앞섰던 탓이었다.
“서울 가꼬 가거라:
“서울도 흔해여”
아내가 생각없이 말했다.
“암띠하지말고 가꼬가”
버릴게 더 많고만... 아내는 투덜거리며 깻잎을 다듬었다.
깻잎 반찬하나를 집다말고 나는 휴대전화에 내장된 CCTV를 켰다.
시골집 마당한켠 감나무 밑에 놓여진 낡은 평상에 노모가 무료하게 앉아있었다
내가 전화를 걸자 벨소리를 들었는지 어머니가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초판에 이은 두 번째 글 잘 읽었습니다.
달수님 글은 언제 읽어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호남 사투리, 고향표준어도 정겹습니다
괄호열고 해석도 달아주십시오
이 참에 달수님 고향표준어도 좀 배우게요 괄호 닫고. 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