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도둑

by nami posted Jun 30,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요즘 무리를 했나보다.

그동안 실용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8번 째 책을 내느라 몇개월을 꼬박

달렸더니 그동안 10 여년 넘게

약에 의지해오던 심장에

과부하가 걸렸다.

지난 3년 간 전공과는 거리가 있는

음악관련 서적을 총 1천 여 페이지,

두 권 내느라 순수문학을 잠시

등한시 했다.

대학병원에서 며칠간 정밀 검사를

받으면서 자꾸 옛날 생각,

특히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너만 몰래 먹어.."

초등학교 4학년 짝궁 경옥이가

아침에 가만이 손에 쥐어주던

발간 살구 2알,

그녀의 볼은 살구보다 붉었다.

 

수업 시간이 되고 담임 선생님이

걱정 스러운 듯 이야기했다.

어제 살구나무에 농약을 쳤다는 것,

아침에 누군가 살구를 따갔다는 것,

없어진 살구를 보니

여럿 상하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잠시 후

여기 저기서 아이들이 배를 움켜잡고

신음을 했다.

선생님은 해독제라며 그 아이들에게

노란 약을 두 알씩 먹였다.

 

그렇게 아침 일찍 등교하여

교장선생님 관사의 살구를 훔친

범인들은 드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배가 아프지 않았다.

아니 참았다.

교장선생님의 손녀인 경옥이가 손에

꼭 쥐어준 것은 사랑의 마법 살구였다.

담임 선생님이 두 알씩 아이들에게

먹인 노란 약은 고소한 원기소였던 것이다.

 

[꾸미기][꾸미기]DSC0323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