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주머니 속에서 추억건지기/섬집아이
주머니 안쪽에 구멍 뚫려도
인연에 얽히고 손때 묻은 것들은
쉽사리 달아나지 못하는 법이다
오히려 더 든든하고 넓은 옷 속을
이리저리 맘대로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꽁지에 고옹바리불 달고
방바닥 쓸고 다니다 멈춰 서면
오색불꽃 몸 비틀며 타오르다가도
흙 마당에 그려진 삼각형 밖으로
짝! 하고 퍼져나가던 유리구슬의 함성
주머니 속에서 자그락자그락
속살대던 그 행복의 무게
둥근 돌에 맞고 손바닥에서 짤짤거리던 엽전
별 다섯 원수를 나꿔 채가던
첸지 바꾸기 토영때기…
아들놈 교복단추와 은전 몇 개가
세탁기 속에서 달그락거리다
되레 뽀얀 얼굴로 사람 반기듯
기억주머니에 손 넣어 더듬자
구멍 나서 영영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내 유년이 지금 깔깔대며 고스란히
딸려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03.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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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옹바리불: 반딧불
때기: 딱지
따먹기를 했습니다
이넘이 아주 신나 하더군요,
추억 만들어주기~~